2011, 남이섬
오랜 휴가가 끝날 무렵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듯 친구와 나들이를 떠났다.
이 나이를 먹도록 무얼하고 살았는지 처음 가보는 남이섬으로...
인사동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를 달리니 남이섬 앞 선착장이 보인다.
(왕복 버스 티켓 \15,000, 입장권과 왕복 도선료 \8,000)
버스에서도 반이상이 동남아시아에서 온 관광객으로 가득하더니
선착장에 도착해 보니 한국말 보다는 낯선 언어들이 훨씬 더 많이 들린다.
게다가 오랜 만에 날씨가 따뜻해서 그랬는지 평일인데도 사람들로 복닥거리고...
단양 팔경의 하나인 도담삼봉의 6/1 축소 모형
중앙로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한적한 강변을 따라 외곽으로 길을 잡았다.
눈도 남아있지 않은 겨울의 섬은 썰렁하고 적적하기만하다.
이런 인위적인 조형물들이 군데 군데 많이 보인다.
메타세콰이어길
길 끝에 만나는 강과의 조화가 정말 아름다운 길이었다.
하지만 사람들로 붐비는 이길에서 사진 한장 건지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메티세콰이어 길에서...
겨울연가 촬영지라고 여기저기 흔적을 남겨놨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그 흔적을 찾아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내가 본적 없는 드라마의 흔적이 계속 눈에 걸르적 거려 참 불편했다.
크리스마스에 아기예수는 잊혀지고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주인공이 되었듯이...
남이섬엔 남이장군의 흔적은 보기 어렵고 배용준이 주인이 되버렸다.
강가를 따라 조성된 연인들의 길에서
XX공방이라고 써있다.
사실 날씨가 많이 풀렸다고 해도 영하의 기온에 강가의 공기가 몹시 차갑다.
따뜻한 차한잔이라도 마시며 몸도 녹이고, 앉아서 쉬면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에
카페를 찾아보았지만 전통찻집 하나 찾을 수 없다.
반바퀴를 돌아 중앙로에 와보니 카페도 식당도 보인다.
하지만 편안히 앉아 조용히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은 여전히 부족하다.
관광객들의 주머니를 열게할 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커피 한잔을 간절히 원하며 방황하다
공원 여기 저기 피워 놓은 장작 불앞으로 갔다.
앉을 공간에 인색한 공원 분위기에선 이게 써비스의 방법이었을까?
아님 외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필요에 의한 걸까?
허브가게에서 나오며 때깔이 너무 이쁜 특별한 모양의 닭이 보인다.
닭이 맞을까? 수컷으로 보이는 이녀석은 꽤 깃이 멋지다.
하지만 저쪽 암탉들 옆에 있는 녀석이 더 멋있다고 친구가 말한다.
그러고 보니 아무래도 저녀석이 멋진 깃털로 암컷들을 다 평정한 모양이다.
다른 수컷 두마리는 근처에도 못오고 저 녀석 옆에만 암컷들이 모여있다.
역시 이녀석의 깃털이 정말 멋지긴 했다.
들어가면서 외곽으로 길을 잡는 바람에 이제야 만나게 된 남이장군 묘가 보인다.
남이 장군은 세종 23년 계유, 서기 1441년에 출생하여 17세의 나이로 무과에 장원급제,
1467년 이시애의 난을 평정하여 25세에 공조판서와 병조판서를 역임하다가
유자광의 모함으로 1468년(예종 1년) 11월 2일 겨우 26세의 나이에 억울하게 돌아가셨다.
1818년 (순조 18년) 관작이 복구되었으며 시호는 충무이다.라고 써있다.
잘 기억 못하는 나를 위해...또 남이섬이 나미나라 공화국인줄만 아는 사람들을 위해 옮겨본다.
홍살문이었을 것 같은데 색도 다 바래고 나무도 부서질 듯 서있다.
하지만 세월이 느껴져 내 마음을 잡는다.
젊은 나이에 억울하게 죽어간 장군의 묘가 참 외로워 보인다.
나미나라 공화국 관공서란다.
섬안에서의 식사는 별맛이 없다는 말에
밖에서 식사를 하기위해 일찍 배를 타러 길을 나섰다.
우리가 도착하자 배한척에 엄청난 사람들을 싣고는 막 출발하고 있었다.
인어공주상이 있다고 했는데... 이러고 있다.
참 없어 보인다. 왜 저렇게 해놓았는지...
다음 배를 기다리며 선착장 주변의 희한한...
그렇다고 별의미나 멋있어 보이지 않는 조형물들을 사진에 담았다.
무슨 공포의 집 처럼 보인다.
저 안의 의자는 용도가 뭐지? 불분명한 조형물 구조물이 참 많다.
게다가 서로 조화롭지도 못하고 어울리지도 않고...
전체적인 주제도 없고 한국풍도 아니고 유럽풍도 아닌것이
전래동화와 안델센의 동화나라가 믹스 된 국적불명의 혼잡한 분위기는 뭘까?
자연과도 조화롭지 못한... 차라리 손을 대지 말고 그냥 냅두지... 아쉬움을 갖고 섬을 나섰다.
섬을 나와서 기사 아저씨가 소개해준 숯불 닭갈비 집으로 향했다.
닭갈비 2인분...(\ 20,000)
2인분인데 왜 떡이 다섯개일까? 먹다가 싸움이라도 하란걸까?ㅎㅎ
공기밥 하나를 추가해서 둘이 나눠 먹었다.
작은 듯 적당히 배가 불러온다.
결국 돌아오는 버스 안에선 추위에 언 몸이 녹으며..
식곤증을 이기지 못하고 내내 졸면서 왔다는...ㅋㅋ
관광지에 오면 늘 맛없는 식사가 불만이었는데...
춘천에서 먹던 닭갈비와는 다른 담백하고 맛 괜찮은 닭갈비로 늦은 점심을 하고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지 않는 카페 대신에 테이크 아웃 커피를 사들고 기사아저씨의 배려로
버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출발을 기다렸다.
앉는 것과 쉴 수 있는 공간에 인색한 남이섬은 가을이 제격이니
단풍이 지고 은행이 떨어지는 가을에 전철을 타고 다시 오자며 여행을 마쳤다.
근데 다시 오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