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을 준비했다. 내겐 행운같은 시간이었다.
내 앞길을 온통 가로 막고 있었던 장애들이 한가지씩 슬쩍 슬쩍 비켜가기 시작했다.
비행기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을 바라 보는 것만으로도
갑갑하게 죄고 있던 것들이 시원해 지는 듯한 느낌이 들기시작한다.
오래전 겨울 처럼 석양을 따라 서쪽으로 서쪽으로 갈 줄 알았지만
해가 하늘 꼭대기에 멈춰선듯 움직이지 않는다.
인천을 출발하고 9시간 30분을 날아서
러시아 쌍뜨뻬쩨르부르그 풀코바공항에 도착했다.
유럽을 기웃거리기 시작한지 10년만에 드디어 러시아다.
엄마가 그렇게 가보고 싶다고 하셨던 러시아...
같이 오고 싶었는데...
예전 처럼 함께 올 수 있었다면 참 좋았을텐데...
겨울 여행은 쉽지 않은 러시아에서
여름은 거의 밤을 볼 수 없으니 야경은 꿈도 못꾸었는데
워낙 비행기가 늦게 도착한 덕분에 이렇게 눈요기만 했다.
호텔이 헷갈려서 잠시 내렸던 틈에 저 한컷을 얻었다.
이번 여행에서의 처음이자 마지막 야경사진이다.ㅋㅋ
버스에 오르다 말고 뛰어가 사진을 찍고 오는데
누군가 내 행동에 용기를 얻었는지 다다다 뛰어간다.ㅎㅎㅎ
나랑 비슷한 사람이 있는게 반갑다.
출발하기 일주일 전부터 날씨 검색을 했었다.
첫날 소나기 다음날도 소나기 그다음날도 소나기...ㅠ.ㅠ
날씨가 춥다고 했다.
추우면 얼마나 추울까 5월에 어울리게 가방을 쌌는데
오리털 파카를 이야기를 한다.헐~
내 오리털 파카는 이삿짐 센터에 맡겨져있다.
아쉬운대로 챙겨서 다시 가방을 쌌다.
아마 다섯번쯤 다시 쌌던것 같은데...
역시나 도착했더니 쌀쌀하다.
티셔츠를 겹겹이 입고 자켓을 걸치고 그 위에 트렌치코트도 걸치고
꾸물꾸물한 하늘을 보며 제발 비만 내리지 않기를 바라며
첫 여행지로 출발했다.
쌍뜨뻬쩨르부르그를 출발해서 살짝 시골길을 달렸다.
여름궁전은 궁전 내부보다 분수정원이 더 유명하기 때문에
공원처럼 정원만 둘러볼 예정이라고했다.
하지만 분수가 가동되는 시기가 5월 중순이후여서
만약 분수가 가동되지 않는다면 다녀가는 의미가 별로 없을 듯해서
나도 4월말이나 5월 초보다는 15일 이후를 선택했었다.
하지만 흔히 보던 사진들 처럼 햇볕이 빛나는 날을 기대했지만
날씨는 구름 가득 비가 내리기 직전이다.
6월에 왔어야 했다.ㅜ.ㅜ
차에서 바라보이는 들녘도 날씨 탓인지
썰렁하고 기대와 점점 달라진다.
그래도 여기가 러시아니까... 그러려니...
나를 위로해 본다.
드디어 궁전에 도착하고 입구에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보이는 저 황금의 지붕모습...
아름다운 궁전에 정신줄을 놓고 위만 보고 걷다가 무언가에 걸려 넘어졌다.
들어서자 마자 슬라이딩으로 신고식을 거하게 하고 말았다.
나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을 정도로...
새로산 트렌치 코트는 찢어지고 무릎은 멍들고...
사진기는 온통 기스 투성이가 되었지만 다행히 나도 카메라도 무사하다.
이렇게 이번 여행을 시작했다.ㅜ.ㅜ
정원은 중앙 분수를 중심으로 완벽 대칭의 구조로 되어있어서
반쪽만 보면 된다고 했다.
아직 시간이 되지 않아서 분수는 가동되지 않았다.
분수 가동시간이 일러서 인지 사람들도 드문드문 보인다.
그래도 멀리 보자니 여기저기 붉은 꽃들이 심겨져 있는 걸 보면 5월이다.
멀리 사자 입을 찢고 있는 삼손의 모습이 금칠한채 보인다.
삼손은 강한 러시아를 상징한다고 했다.
저 멀리 보이는 것이 발트해다.
여름궁전은 발트해 너머 북유럽을 향해있다.
여름정원 [Summer Garden]
폰탕카(Fontanka), 모이카(Moika), 스완 운하(Swan Canal) 사이에 있는 섬에 있으며
'표트르의 궁전' 또는 '페트로 드보레츠'라고 하는 여름궁전 옆에 자리 잡고 있다.
1704년 표트르 1세가 처음으로 착상했으며
1712~1725년 네덜란드식 바로크 양식(Dutch Baroque style)으로 설계되었다.
공원은 윗공원과 아랫공원으로 나뉜다.
물의 낙차를 이용해 분수를 만들기 위해 언덕 위에 공원을 지었다.
'예술의 진주'라고 불리는 아랫공원은 아름다운 분수와 가로수길, 소궁전 등이 배치되어
야외 조각전시장 같은 느낌을 준다.
대폭포는 반원형의 수영장으로 흘러내리고 수영장의 중앙에는 삼손 상(라이온 입을 찢는 삼손)과
아랫공원 최대의 분수가 있다.
이 대분수에서 시작하는 운하는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배들이 도착하는 해변까지 연결되었다고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상트페테르부르크 여름궁전 [Summer Palace in St Petersburg]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약 30㎞ 떨어진 핀란드만 해변가에 위치하고 있다.
표트르대제가 파티 장소로 쓰기 위해 만든 것으로,
당시 러시아 제국의 위엄과 황제의 권위를 괴시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표트르대제의 명령으로 1714년 착공된 이래 9년이 지난 후 완공되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150년이나 지난 후에야 공사가 끝이 났다.
러시아와 유럽 최고 건축가들과 예술가들이 총동원되어,
20여 개의 궁전과 140개의 화려한 분수, 7개의 아름다운 공원이 만들어졌다.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중인 여름궁전 1층에는 표트르 대제의 응접실과 서재, 침실 등이 있으며
2층에는 왕실 대대로 내려오는 가구와 도자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얼마전 궁전을 재정비하면서 다시 금칠을 했단다.
정말 금인가요? 물었더니 정말 금이란다. ㅎㅎ
긁어가고 싶어진다.
정원은 한창 조경을 준비하는 중이다.
여기저기 튜울립을 비롯한 엄청난 꽃들이 피어있다.
5월에 오니 꽃을 볼 수 있다.
한여름과는 다른 느낌이다.
화장실 가는 중...
200m를 가라고 되어있다.
화장실을 가는 건지... 산책을 하는건지...ㅋㅋ
어린이(왕자와 공주?)를 위한 체스 분수
분수에서 물놀이를 즐기며 게임을 했었단다.
드디어 분수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북유럽을 노려보고 있는 표트르대제 동상
키가 2m가 넘는 장신에 얼굴도 잘생긴 황제였다니...
드디어 중앙분수대에도 물줄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중앙분수대를 돌아 발트해를 향해 걸었다.
시원해 보이는 바닷가는 춥다. 너무 너무...
디자인 북에서 본듯한 나무들...
이런 모습의 나무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게 너무 신기했다.
그림 같다.
한바퀴 돌아왔다.
분수대에서 뿌려지는 물안개 때문에
우리는 몹시 춥고 정신 없었지만 사진은 뽀샤시하게 나온다.
사자의 입을 찢고 있는 삼손...
강대국을 향한 표트르대제의 염원을 담고 있다.
물안개에 쌓여있는 삼손을 마지막으로 보고
파란 만장했던 러시아에서의 첫 만남을 마치고
에스토니아로 가기 위해 국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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