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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가 내린다.
처음 보일러를 돌려보았다.
뽀송하니 따듯하다.
따듯함이 좋아지는 계절이다.
하루에도 12번을 싸우고
24번을 미안해 한다.
화내서 미안하고
살뜰하게 보살피지 못해서 더 미안해진다.
내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아 서운하고
노력할 수록 불평하는 소리에 화가 나다가
고맙고 미안하다는 한마디에 눈물이 나고
빨리 가고 싶다는 말에 가슴이 내려앉는다.
힘들지 않냐는 친구의 물음에
옆에 있어서 좋아라는 답이 이해하기 어려울까?
매일 스스로에게 묻는다.
정말 보내드릴 수 있을까?
너무 긴 세월을 떨어져 살아본 적 없어서
쉽게 상처를 입히고 더 많이 상처 받지만
그래서 헤어짐이 쉽지 않다.
더 오래 붙잡고 싶지만
이젠 그만 보내드릴 때가 되어가는 것 같다.
그 이별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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