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전 도서관을 찾으신 선생님에게
등산 코스 한 곳을 추천 받았다.
단풍을 보고 싶은데 시간도 없고 체력도 안되는 나를 위해 추천해주신 곳은
효자비에서 북문을 거쳐 원효봉까지,
그리고 북문을 거쳐 북한산성 방면으로 내려오는 코스였다.
3시간 정도의 완만한 흙길을 올라가면 능선을 따라
정말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 있다고 하셨다.
딱 우리가 원하는 수준^^
가지 않은길...
이길로 갔어야했다.
이길이 원효봉으로 가는 길이라는걸 나중에 알았다.
효자비에서 등반을 시작했다. 하지만 어디에도 안보이는 이정표...-_-
다행히 올라가는 분들이 보여 따라 가기 시작했다.
작은 오솔길이라서 정말 길을 찾기 쉽지 않다.
놀토의 이른 기상에 따라온 졸음을 쫒아버리기 위해
커피 한잔을 마시며 저 아래 우리가 올라온 길을 내려다 보았다.
아직 단풍은 좀 아니다 싶다.
백운대 가는길...
밤골 가는길
이제야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것을 알았다.
백운대를 향해 가는 분들을 따라 왔다.ㅜ.ㅜ
돌아가기엔 이미 늦은 게야...
길을 몰라 사람들에 휩슬려 따라가다 결국 백운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돌아갈 상황이 못되서 울며 겨자 먹기로 그냥 백운대로 고고~
일단 백운대로 길을 잡아 갔다. 사실 방법이 없었다.
잠시 가방을 내려놓고 어디로 갈까를 열심히 고민하는 모습을 안쓰럽게 여긴
커다란 카메라를 든 여자 분의 조언을 들었다.
위문을 통과해서 북한산성 방면으로 가기로...
이 길의 단풍이 본중 제일 이쁘다고도 했다.
백운대로 가는 계곡의 단풍
정말 단풍이 예쁘다.
오늘의 목표달성~!
갈길을 정하고 나니 친구는 힘이 나는 모양이다.
정말 빠르게 올라가버렸다.
오늘 산행중 가장 예쁜 단풍을 만났다.
오른쪽이 백운대...
왼쪽이 인수봉
수문벽 능선...
수문벽 능선길이 북한산에서 가장 멋있는 곳이라고 한다.
북한산의 뒷통수가 보이는... 저 바위산을 통과해야하는데...
절대로 저 바위를 넘어갈 수는 없을것 같다.
돌아가야지 했지만 그 또한 만만한 길은 아니었다.
드디어 정상 아래에 도착했다.
쉬고 싶다는 친구를 아래 잠시 남겨두고 혼자 계단을 향했다.
혼자 백운대에 올랐다.
사람들로 복닥거리는 틈을 비집고 올라섰다.
늘 그렇듯 마지막 이 순간 때문에 죽을 것 같이 힘든 산행을 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도 정상에서 세상을 내려다 보며 잠시 행복해 본다.
위문...
드디어 내려가는 길에 접어 들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사람들의 행렬 속에 우리도 끼어들어야한다.
내가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내려가는 길에 만나는 단풍을
눈에 담고, 마음에 담고, 카메라에도 담았다.
바쁘다 다리는 풀려서 휘청 거리는 와중에도
수 없이 카메라를 꺼냈다 넣었다....
그리고 드디어 사찰이 보인다.
넓은 공터엔 의자도 보이고 가벼운 차림으로 올라와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보인다.
이젠 거의 다 내려온게 틀림없다 싶었지만
아직도 갈길은 짧지 않다고 했다.
커다란 은행나무는 이미 노랗게 물들어 깊은 가을이다.
계곡을 건너 돌아다보이는 하늘도 이젠 맑게 빛나고...
이제야 계곡에 물이 보인다.
물은 아주 맑아있다.
이렇게 생각지도 못했던 백운대에 올랐다.
중1 이후 한번도 꿈꾸지 않았었는데...
그날이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없지만
그 어린 나이에도 내가 무척이나 대견했던 기억은 남아있다.
아마 오늘도 그렇게 기억에 남겨두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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