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초 갑작스런 공지가 떴다.
한정판 LP "월하연가"를 예약 받는다는...
집 수리를 하면서 구닥다리 LP플레이어를 폐기하고
다시 LP를 들을 일이 없을 것 같아서
갖고 있던 몇 안되는 판들을 다 보내 버렸었다.
그런데 느닷 없는(?)는 공지에 잠깐 고민을 하다가
뭐 기념으로 한 두장 갖고 있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아서 그냥 예약을 했다.
그리고 나서 부터 고민이 시작되었다.
2월말 도착한 LP를 그냥 보관만 한다는 건 고문이 될것 같아서...ㅎㅎ
그래서 여기저기 검색을 하다가 몇가지를 골라서
음향전문가 지인한테 물었다.
너무 비싸지도 않고, 너무 나쁘지도 않고, 너무 고급스럽지도 않은
나 정도의 아마츄어가 듣기에 웬만한 걸 골라 달라고...
그렇게 선택되어 "아이이피 IBE-880"이 한 달 전 도착했다.
엔틱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턴테이블은 엔틱이 답인 듯하다.
인테리어적으로도 나쁘지 않고 분위기도 좋아보인다.
일단 CD 플레이어가 있어서 너무 반갑다.
그 동안은 아이폰에 몇십장의 CD를 때려 넣고 듣고 다녔는데
귀에 문제가 생기면서 가능한 이어폰 사용을 자제하고 있었던터라
이젠 좀 편하게 들을 수 있겠다 싶다.
턴테이블은 뚜껑을 열어보기만 하고
시험가동은 나중으로 밀었다.
급한대로 갖고 있는 CD 한장을 넣었다.
소리가 나쁘지 않다.
그렇게 소리가 큰것 같진 않지만
거실에서 돌리면 이방저방 듣기 좋게 울린다.
지난 한달 동안 아침 마다 음악을 들으니
코로나로 황폐해진 마음이
다소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턴테이블을 주문하고 빨리 확인하고 싶어서 YES24를 뒤졌다.
디자인이 눈에 띄어 크리스마스 LP 한장을 주문했는데
얘도 한정판이란다...ㅜ.ㅜ 그래서 또 한달을 기다렸다.
드디어 길고 긴 기다림 끝에 오늘 저녁 내 손에 들어왔다.
ㅋㅋ
습기도 마르지 않은 판을 꺼내서 턴테이블에 올렸다.
음악을 잘 아는 사람도 아니고 팝을 많이 들어본 것도 아니지만
언제가 들어본 너무 익숙하고 따듯한 음악들이 마음을 편하고 넉넉하게 해준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이맘 때 거리에 나가면 늘 쉽게 들을 수 있었던 노래들...
하지만 이제는 그 넘쳐나는 캐롤 한곡 듣기가 쉽지 않다.
예전 기억엔 LP를 돌리면 지직 거리는 소리가 거슬려서
유난히 소리에 예민해서 잘 듣지 않았었는데
생각보다 소리가 깨끗하게 나온다.
그리고 방안 가득 크리스마스로 가득찬다.
행복해진다.
해마다 이맘때면 시리고 힘든 일들이 넘쳐난다.
그래서 크리스마스로 가득 채우는 일을 쉬지 않고 해왔었다.
트리를 꾸미고 리스를 만들고
장식이 그려진 그릇으로 식탁을 차려도 보고
크리스마스로 가득 찬 카펫을 깔고
힘든날에 마음이 따듯해질 수 있도록...
그럼에도 뭔가 비어있는 듯한 느낌은
캐럴이 빠져서였것 같다.
올핸 꽉 채운 따듯한 성탄절을 보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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