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내내 장미에 빠져서 방치 되었던 제라늄들을 여럿 보냈다.
멀쩡하게 꽃을 피우곤 바로 무름으로 훅 가버리는 매정한 아이들...
그래서 더위를 피해 베란다에 쪼그리고 않아 제라늄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남향이면 만사 오케인줄 알았더니
햇볕을 좋아하는 제라늄도 다육이도 견뎌내지 못하는 햇볕이다.
시트가 붙은 유리 앞에 놓았던 아이들이 잎이 무성해져 있다.
그래서 제라늄 앞에 커튼으로 햇볕을 가려 주었다.
나중엔 꼭대기까지 커튼을 쳐서 다육이도 햇볕을 차단 시켜주었다.
천장에 작은 선풍기도 달아주고 하루 종일 에어컨 바람이 돌수 있도록 해주었다.
20~25도가 가장 좋은 온도지만 27~28도 정도를 유지해주었다.
그리고 뼈라늄이 되어버린 아이들을 손이 닿는 곳에 모아 놓고
정말 열심히 칼슘제를 희석해서 시간 나는 틈틈이 무식하게 뿌려주었다.
덕분에 작년 보다 백화 현상이 조금 덜 하다.
그런 노력 덕분인지 눈에 띄게 잘 자란
"로즈버드 그레인저 엔틱로즈"에서 핑크빛 꽃대가 보인다.
1년 내내 단 한번도 꽃을 보여주지 않았던 아이라
너무 기뻐 호들갑스럽게 사진을 찍어 핀이 나갔다.
매일 이 아이를 바라보는 기쁨으로 올 여름을 견뎠다.
드디어 장미꽃 모양의 꽃이 제 모습을 드러냈다.
보른홀름과 많이 닮았다.
매일 꽃대가 한개씩 올라오더니
이젠 활짝 피었다.
장미 나무에 흐드러지게 핀 장미꽃 같다.
마지막 한 개까지 다 올라왔다.
모두 다 핀다는 건 나무가 건강하다는 것 같아 너무 기뻤다.
1년 만에 다시 느끼는 행복이다.
이런 기쁨을 누리고 싶어서
제라늄을 바리 바리 데려다 놓았는지도 모르겠다.
8월이 다 끝날때까지 단 한개도 떨어지지 않고 견뎠다.
얼마나 기특하고 사랑스럽던지...
덥고 지치는 일상 속에서 유일하게 마음의 평안을 누리게 해주는 게
꽃을 바라보고 다듬고 대화하는 순간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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