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봄은 빨리 찾아왔다.
3월이 끝나기도 전에 찾아와서 엄청나게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주었었다.
제라늄도 많은 꽃을 피워냈고 마당의 장미며 기타 등등...
그 봄에 로즈버드 제라늄 안나자넷 꽃이 화려하게 피었다는 걸
사진 정리를 하며 10월 중순이 다 되어서야 알았다.
아마 바쁜 시간 속에서 꽃대가 올라오는 대로 사진만 열심히 찍어두고
나중에 한꺼번에 정리하려고 밀어두었었던 모양이다.
예쁜 프릴 닮은 꽃
핑크색..
사진이 없었다면 아마도 나의 사랑스런 제라늄은
꽃이 피지 못하는 아이들로 기억 되었겠지?
인간의 기억력은 믿을 게 못된다는 걸 다시 한번 더 깨닫게 되었다.
눈에 담고 마음에 담고 머리에 담기 때문에
여행에서 사진을 찍지 않는다는 한 친구의 말이 자주 떠오른다.
사진이 없으면 추억이 없다는 어떤 포토북 광고도 생각난다.
너무 예뻐서 숨이 멎을 것 같은
러시아 제라늄 안나자넷 꽃의 아름다운 모습을
기억하지 못했다니...
아마도 기억하지 못한 중요한 이유는
4월 5월 집수리 문제로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에게 변명 해본다.
길고 길었던 2024년의 여름
비가 엄청 쏟아졌던가?
열돔에서 데일 것 처럼 뜨거웠던가?
고맙게도 그 무더위에 제대로 보살핌도 못받고
나의 제라늄들은 다시 꽃대를 올리고 있었다.
8월이 끝나가고 있던날 새벽
엄마가 화장실 문턱을 넘지 못하고 넘어지면서
손목 골절이 되었다.
여름보다 더 끔찍한 가을이 되었다.
혼자서 할 수 있는게 한 개도 없는 엄마와 씨름하면서
9월 답지 않게 더 더웠던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내가 그 시간들을 견딜 수 있게 해주었던 건
늦은 밤 제라늄 화분대 앞에서 보냈던 시간 때문 이었던 것 같다.
예쁜 꽃의 탄생의 순간을 보며
그 꽃이 조금씩 조금씩 변해가는 성장의 과정을 보며
행복할 수 있었다.
1년 쯤 지나고 나니
제라늄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되어간다.
햇볕을 좋아한다 해서
햇볕 가득한 창 앞에 두었더니
하얗게 변해가던 백화현상.
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해서
정신 바짝 세우고 물을 너무 조금씩 주었더니
몇잎 남지 않은 누렇게 된 잎들.
보험처럼 삽목을 만들어 두는 게 좋다고 해서
멀쩡한 아이들을 잘라서 삽목했더니
어미가 죽고 삽목이라도 살아주면 다행.
집 마다 조건이 다르니 절대적인 방법은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 덕에 두번째 안나자넷 꽃을 보게 된건 아닐까?
이 아이를 보며 약간의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내년엔 더 많은 제라늄들이
쉼 없이 피고 지고를 해주기를 기대해본다.
요즘은 칼슘, 부스터 등등
흙과 영양제에 눈이 가기 시작했다.
이것 저것 좀 더 신경을 써 보아야겠다.
누런잎을 떨어버리고
길게 자라서 올라가는 키의 높이 만큼
내 자신감도 따라 오른다.
제라늄 화분대에 잎이 무성해지는 걸 보고
알록 달록 각색의 꽃대가 올라오는 모습 만으로도
그 동안의 수고를 충분히 보상해 주는 듯하다.
완전 프릴을 닮은 꽃이다.
처음 꽃이 피기 시작할 때 다른 꽃이 잘못 배송 된줄 알았다.
사진으로 보는 것과 너무 다른 쨍한 핑크 컬러라서...
사랑스럽기 한이 없는
예쁜 러시아 로즈버드 제라늄 안나자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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