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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23년 3월 25일 토요일, 이별준비?

by 포도주빛 바다 2023.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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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엄마는 내게 묻는다 언제 내 나이가 이렇게 많이 먹었니?

아직도 고향에서 촐랑촐랑 뛰어다니던 스무살도 안된 어린 시절을

하나도 남김없이 기억하시는 엄마는 

고향을 떠나 7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온 시간이 믿기지 않는 모양이셨다.

 

연세도 연세고 낙상사고 이후 건강이 많이 나빠지신데다

코로나로 바깥 출입이 차단된 3년의 시간이 더욱 빨라지게 하고 있다.

기억을 깜빡하는건 물론이고 가끔 이해 할 수 없는 행동으로 놀라게 하셨다.

처음엔 치매가 아닐까 불안하기도 하고 변해가는 모습에 화가 나기도 했었다.

 

밤에 수 없이 깨우시는 덕분에 예배 시간에 졸기도 수 없이 하고

아예 예배에 참석하지 못하는 날이 늘어간다.

이젠 화가 나는 것보단 마음이 아파온다.

얼마나 아프면, 얼마나 힘들면, 얼마나 고통스러우면 이럴까

 

일주일전 3일동안 몹시 아팠다. 

그동안 엄마는 어리광도 없었고 나를 부르시는 날도 없었다.

혼자 너무 씩씩하게 잘 해내시고 계셨다.

미안해~ 내가 건넨 한마디에 난 괜찮아 네가 아파서 그냥 속이 상했어.

 

언제부턴가 엄마에게 '우리딸 사랑해~ '해봐

평생 엄마한테 들어본적 없는 말이었다.

'난 그런거 잘 못해. 평생 해본적 없어.'

무척이나 어색해 하셨다.

 

그래도 매일 억지로 강요를 했더니 

요즘은 엄마 나한테 할말 없어?라고 물으면

우리딸 사랑해~라고 답하신다.

그러면서 자꾸 하니까 이젠 그게 되네 하시면 웃으신다.

 

얼마전 부턴 작아져서 한줌 밖에 안되는 엄마 품을 파고 든다 

엄마 오늘 너무 힘들었어 안아줘~

처음엔 어색해 하시더니 이젠 날 꼭 안고 이러고 싶니? 하신다.

그럼 엄마 안아볼 날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잖아.

 

왜 그렇게 엄마 품은 따듯한지...

또 왜 그렇게 편안한지...

등을 토닥여 주시는 그 손길이 너무 좋아

하루에 한번씩 꼭 안아드린다.

 

오늘 새벽엔 수 없이 나를 부르셨다.

이유 모를 화가 난다고도 하셨다.

그리고 자주 기절한 것 처럼 누워계신다.

늘 그렇듯 시간이 된걸까? 걱정으로 마음이 무거워진다.

 

문득 정을 떼고 떠날 준비를 하시는 건 아닐까?

자주  알 수 없는 고통에 빨리 가고 싶다고 우신다.

작약꽃이 피는 걸 보고 가야지~ 해마다 이런 말로 엄마를 잡아왔지만

더 이상 엄마를 잡기엔 그 고통이 너무 커 보여서 마음만 아프다.

 

지난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몇번의 고비를 함께 넘어왔다.

그 시간 동안 매일 이별을 준비하며 살았다.

엄마가 없는 삶을 상상하며 혼자 남는 연습을 한다.

하지만 시간이 갈 수록 점점 그게 그렇게 쉬울까?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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