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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나라보기/2015년 이후

2016년 10월 19일, 한계령에서 홍천은행나무숲까지

by 포도주빛 바다 2016.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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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동해안 7번국도 여행이 너무 좋으셨던 엄마가 은근히 지나는 말처럼 건낸다.

설악산 한번 더 가보고 싶은데... 마지막으로...

늘 모든 일을 마지막인 것처럼 말씀하시는 건 나이탓이라 어쩔 수 없다 해도 나는 참 싫다.

그럼 뭐 가면 되잖아...

라고 대답은 했지만 난감한 것은 단풍 여행이든 봄꽃 여행이든

엄마랑 둘이 떠나는 여행에서는 할게 없다.


그래도 나름 열심히 계획을 세웠다.

단풍이 예쁠 시기를 고르고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날을 골라 오늘 출발 했다.

아침 6시에 출발했더니 한계령에 도착한 시간이 9시 남짓..헐~

춘천고속도로 덕분에 시간이 훨씬 단축되었던 모양이다.


출발해서 한참을 달리는데 별반 단풍시즌이라는 느낌이 없었지만

강원도에 접어드닝 여기저기 곱게 물든 단풍이 눈에 들어온다.


습관처럼 중간 중간 차를 세우고 멋진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보지만

실제로 보는 모습에 미치지 못한다. 아쉽게도...


드디어 한계령 휴게소에 들어섰다.

10여년 전엔 휴게소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넘치는 차들에 밀려서...

다행히 오늘은 일찍 온 덕분인지 여유롭다.


멀리 안개속에 보이는 실루엣으로 보이는 첩첩산중...

내가 무지 좋아하는 양희은의 한계령이 생각난다. ㅋㅋ

멋지다고 열심히 사진을 찍다 보니 멀써 이동네는 단풍이 거의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았다.


그래도 좋은 걸 뭐...

단풍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때...


20년 전엔 해마다 10월말 11월 초에 설악산엘 올랐었다.

밤차를 타고 새벽에 도착해서 외설악으로 올라가서

딱 양폭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반복을 몇년 동안 했었다.

코끝이 시릴 만큼 싸늘한 공기를 느끼며 올라가는 길이 좋아서...

바람이 한번 불면 앙상한 가지에 몇개 안남은 잎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모습에 반해서...

그리고 양폭에서 내려다 보이는 천불동 계곡의 아름다움에 미쳐서(?)

해마다 사람들을 꼬시고 부추켜고 그렇게 설악산엘 올랐다.


한계령 휴게소의 모습과 암석으로 둘러쌓인 산세와 너무 멋지게 어울린다.


엄마랑 다니는 모습이 너무 부럽다고 사진을 찍어주시던 아주머니들 덕분에 사진 몇장 건지고

다시 오색을 향해 길을 떠났다.

과연 들어갈 수 잇을까? 천천히 산책을 할까? 아님 오색온천에라도 들어가볼까? 고민하며...ㅋ


아쉬움에 다시 뛰어가 몇장 더 찍어보고  돌아섰다.


산 꼭대기와 다르게 중턱으로 내려서니 단풍이 훨씬 곱다.

오색약수터 주차장으로 들어섰지만 돌아내려오는 차들로 들어갈 수도

뒤 따라오는 차들 때문에 내려갈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에 부딪혔다.

에혀... 겨우 내려오는 차들 틈에 후진으로 500미터 이상을 내려온듯하다.

겨우 겨우 빠져나오며 그냥 다음 코스로 방향을 돌렸다.

우연히 발견한 홍천 은행나무 숲으로...


엄마와의 여행은 잘 걷지 못하는 엄마를 위해 드라이브 외엔 할 수 있는게 별루 없다.

그래서 늘 길에 앉아서 혼자라도 보고 오라며 30분에서 1시간 정도를 기다리시는게 전부였다.

홍천은행나무 숲은 사진으로 보기에 그닥 걷기에 불편할 것 같지도 않고 많이 걷지 않아도 될것 같고

그래서 여유롭게 앉아서 노닥거릴 수 있을 듯 해서 일정에 넣어보았다.



산 아래까지 내려오니 육안으로 보기에도 단풍이 거의 없다.

11월1일에 오면 정말 이쁘지 않을까? 문득 기대가 커진다. ㅋ


오색에서 은행나무숲까지 가는 길은 내내 계곡을 따라 꼬불꼬불 달리며

몇개의 재를 넘어 한시간 남짓 달리는 길이다.

한데 여긴 단풍이 너무 곱게 들었다.

엄마가 내내 단풍이 이쁘다고 너무 좋아하신다.

ㅎㅎ 탁월한 선택이었다.




몇번을 차를 멈추고 사진을 찍고서야 도착했다.


개울을 건너니 멀리 은행나무도 얼핏 보이고 길게 뻗은 코스모스 길도 보인다.




하지만 초입은 엄마가 보행보조기를 끌고 걷기엔 쉬운 길이 아니다.

사람들에게 물었다. 길이 내내 이렇게 돌길인가요? 가기 어려우실까요?

다행히 어떤 남자분이 조금만 가면 되고 충분히 가실 수 있을거라고 말해주어서

힘겨워 하는 엄마를 독려해서 걷기시작했다.

조금 힘들게 언덕을 넘어서니 이렇게 이쁜 단풍나무길이 보인다.



실제 모습은 훨씬 분위기 있는데 사진은 이모양이다.

아마도 뽀샤시 모드로 설정되어있어서 그런건 아닐까?ㅋㅋ


드디어 은행나무 발견~


그리고 넓은 공간에 은행나무가 줄지어 서있다.

좀 썰렁한 느낌도 있긴하다.

한 2~30년 쯤 지나 은행이 더 자라서 굵어지면 정말 멋진 곳이 되지 않을까?


한줄로 서있는 은행나무길...

엄마는 벤치에 앉아 계시라고 했더니 옆에 계신 마포 아주머니와 수다중이셨다.

다행히 좋은 분들을 만나서 도중에 사온 떡을 나눠 먹고...잠시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

마포에서 오신 두분은 새벽 3시에 출발하셨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하셨다.

아... 그렇게 움직여야하는구나...ㅜ.ㅜ











은행나무 숲이니 은행나무만 열심히 찍고...

잠시 노닥노닥 수다 떨기 셀카찍기로 시간을 보내고 1시가 넘은 시간에 서울로 출발했다.

엄마가 웃으신다. 이렇게 일찍 가게 될줄 몰랐다고...







이렇게 짧은 너무 짧았던 엄마와의 가을 여행을 끝내고

5시가 채 못된 시간에 집에 들어서는 기적을 만들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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